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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은 / 형제보다 더 가까이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생의 절반을 바쳐서라도 그런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 그 천 번째 사람은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로 남으리라./ 세상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릴지라도”<루디야드 키플링, ‘천 사람 중의 한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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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사람 중의 한 사람, 그 특별한 인연 중 대표적인 것이 배우자이다. 결혼이란 천 사람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내 사람’을 찾아 일생을 함께 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찾기를 대충 하는 것인지 서로 등 돌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결혼의 절반은 이혼으로 끝난다.

매년 4월이면 조명을 받는 사람이 있다. 4월은 파킨슨병 인식의 달, 파킨슨병 환자인 배우 마이클 J. 팍스(54)이다. 그는 몇 가지 이유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젊은 나이에 파킨슨진단을 받고도 꿋꿋하게 배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 파킨슨 연구재단을 만들어 치료법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 항상 쾌활하고 긍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가정을 건강하게 잘 지켜내고 있다는 점 등이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밥 먹듯 하는 할리웃에서 그는 1988년 결혼한 동료배우 트레이시 폴란(55)과 백년해로를 하고 있다. 신혼 때 파킨슨이라는 불청객이 들이닥쳤는데도 부부는 4남매를 낳아 키우며 친구처럼 연인처럼 살고 있다. 투병생활 25년에도 그가 의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런 평생의 ‘동반자’ 덕분이다. “가족은 소중한 정도가 아니라 전부”라고 그는 말한다.

파킨슨병은 일종의 퇴행성 뇌질환이다. 손이나 다리가 떨리고, 행동이 느리며, 근육이 경직되고, 균형 장애로 잘 넘어지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주로 50대 이후 걸리는 병인데 마이클은 29살에 진단을 받았다. 완치가 불가능해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이니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당시 그는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때였다. 21살에 이미 한주 수입이 10만 단위였을 정도로 돈과 인기에 파묻혀 살았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태어나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때 불운이 닥쳤다.

충격으로 인한 방황은 3년 간 이어졌다. 스스로 병을 인정할 수 없어 아내에게도 마음 문을 닫고 술에 빠져 살았다. 정신을 차린 것은 1994년 초. 병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았다. 

이후 부부는 모든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갔다. 어려움을 함께 풀어 나갈수록 부부 사이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렇게 20여년, 부부는 이제 파킨슨을 ‘선물’이라고 말한다. 병으로 인해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매사를 감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파킨슨 덕분에 그는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불운이 가져온 축복이다. 

불행이 축복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은 어바인에 사는 데이빗 권(55)씨도 체득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업가인 그는 박사학위 과정에 있던 29살 때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재기를 꿈꿀 때 그도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인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23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쌍둥이 남매를 얻으면서 행복에 들떴었다. 하지만 불운은 또 찾아 들었다. 이제 14살이 된 아들은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고 있지만 딸은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나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상태다. 

삶은 객관적으로 힘들고 고단하다. 하지만 그는 매순간 행복해 하며 살고 있다. 상황은 바꿀 수 없는 것, 대응하는 법을 바꾸면 모든 게 바뀔 수 있다. 그는 건강을 잃은 대신 신앙을 얻었다. 

“예수님을 믿으며 기쁘게 살아가는 길을 찾았어요. 그래서 저의 사고는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면 이 땅에 이겨내지 못할 고난은 없습니다.” 

주변에서 불화하고 이혼하는 부부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 부부가 보기에는 정말 별 것 아닌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부부가 삶의 동반자이지만 ‘동반’의 깊이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육체적, 정신적 동반을 넘어 영적 동반에 이르면 그런 특별한 관계는 삶을 바꾼다. 절망을 희망으로, 불행을 축복으로 바꾸는 힘이 그 관계 속에 있다. 

한국에서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인 아내/남편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기회이다.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릴지라도 그가 나를 지켜줄 만큼 돈독한 관계인가. 그 특별한 인연을 나는 특별하게 대하고 있는가.

미주 한국일보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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