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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눈앞에서 놓쳐버렸던 ‘첫 여성 대통령’의 꿈이 다시 무르익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생애 최고의 스피치는 그가 첫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순간에 나왔다. 2008년 6월7일 민주당 경선 하차를 발표한 후 힐러리는 좌절하고 분노하는 지지자들과 자신에게 표를 준 1,800만명의 유권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다짐했다 : “비록 이번엔 (여성차별의) 가장 높고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뜨리지 못했지만 그 유리천장에는 1,800만개의 금이 갔습니다. 그리고 유리천장의 금을 통해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다음엔 좀 더 쉬울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을 주는 빛입니다”

2016년 6월7일 힐러리 클린턴은 주요정당의 첫 여성 대선후보로 확정되었다. 미 정치사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무임승차의 ‘대관식’이 아닌 예상보다 힘들고 험난했던 긴 여정을 거치며 투지와 끈기로 이루어낸 정정당당한 승리였다. 

7일 실시된 캘리포니아 포함 6개주 경선 중 4개주에서 승리하며 그는 민주당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수인 ‘매직넘버’를 가볍게 넘어섰다. 다음 주 워싱턴DC가 남긴 했지만 이제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끝났다. LA타임스가 지적한대로 ‘조작된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다. 금년 2월1일부터 시작된 50개주 경선을 통해 힐러리는 라이벌 버니 샌더스보다 총 득표수에서도 앞서고, 더 많은 주에서 승리했으며 서약대의원도 더 많이 획득했다. 

2008년 경선에서 그랬듯이 민심이 기운 후보에게 민주당 수퍼대의원들의 지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힐러리의 뜨거운 지지층은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도 후배 남성들에게 추월당하는 성차별 체험을 공유했던 나이든 여성표밭이었고 그들의 반발과 울분은 대단했다. 그러나 힐러리는 ‘유리천장’ 스피치를 통해 민주당의 단합을 간곡히 호소했고 자신의 표밭을 오바마 지지층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치열한 경선에서 생겨났던 오바마와 힐러리 사이의 불신의 장벽은 그렇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샌더스는 여전히 7월 전당대회까지 경선 완주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불필요한 싸움이라며 당 일각에선 그의 조속한 하차를 촉구하는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샌더스에게도 숨을 고르고 깊게 생각한 후 선택할 시간이 필요하다. 7일 밤 승리연설에서 자신의 역사적 순간과 공화당의 ‘사실상 후보’ 도널드 트럼프로 인한 미국의 위기에 대해 집중한 힐러리도 샌더스에게 하차를 요구하지 않았다.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해야할 입장이기도 하지만 그 실망과 좌절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008년 초선의 젊은 상원의원에 비해 경험 풍부한 ‘준비된 후보’를 강조하며 애써 피해 갔던 ‘첫 여성 대통령’은 2016년 캠페인에선 힐러리 어필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어 왔다. 승리연설도 첫 여성 대선후보의 역사성을 강조하며 시작되었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중대한 과업을 달성했습니다…오늘밤의 승리는 어느 한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투쟁하고 희생하며 지금 이 순간을 가능케 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속한 것입니다”

환호와 갈채가 쏟아진 역사적 순간에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했다. 1919년 6월4일 여성의 투표권을 허용한 헌법수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던 날 태어난 어머니 도로시 로댐은 역경을 이겨낸 강인한 여성이었다. 8세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14세에 자립하여 가정부로 일하며 고교를 졸업한 그는 자신의 딸에게 어떤 도전에도 굴복하지 않는 투지와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웰슬리 대학 졸업생 대표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상적 정치”를 역설한 21세 야심찬 여대생에서 출발해 변호사, 아칸소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역임하며 수없는 찬사와 끊임없는 비판으로 단련되며 경험과 지질을 쌓는 동안 그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것은 여성과 아동의 권리향상이었다. 

이번 승리의 역사적 본질을 그는 온라인을 통해 이렇게 기록했다. “큰 꿈을 꾸는 모든 어린 소녀들에게 ; 그렇다, 너희들은 너희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대통령까지도. 오늘밤은 너희들을 위한 것이다”

유리천장을 완전히 깨고 첫 여성대통령의 꿈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은 훨씬 더 험난할 것이다. 신뢰도와 호감도를 회복해야할 후보 자신의 결함부터 시작해 반발하는 젊은 표밭 끌어안기와 트럼프와의 진흙탕 싸움 등 산 넘어 산 강 건너 강이 계속될 것이다. 

5개월 본선 전투를 앞두고 힐러리도 잠시의 휴식에 들어갔던 어제 밤 소셜미디어엔 새로운 역사를 기리는 메시지가 밤새 물결을 이루었다. 몇 년 전 총기난사에서 중상을 입은 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전 연방하원의원 가브리엘 기포드의 글도 올라왔다. 

“내겐 아직도 말하는 것이 힘들다. 그러나 오라 1월이여, 그 때 난 이 두 단어를 외치고 싶다” - “마담 프레지던트” 

<박 록 주필 미주한국일보 201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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