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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6년’이라는 해시태그(#thisis2016)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트윗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미 전국 아시안 2세들 사이에 의미있는 운동의 흐름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저마다의 가슴 속에 차올라 있던 어떤 내밀한 설움, 울분, 분노, 좌절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한두 문장 짧은 트윗으로나마 표출된 ‘증언’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개인 차원의 경험은 아시안 아메리칸 집단 차원의 경험으로 응집되고 있다. 이 사회로부터 받아온 인종차별에 아시안 아메리칸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일요일이던 지난 9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오던 중국계 2세가 잘 차려입은 백인여성으로부터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한 것이 발단이었다. 두 딸과 아내, 교회 친구들과 함께 근처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느라 그의 일행은 맨해턴 한복판에서 길을 좀 막았던 것 같다. 백인여성은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아시안들이 유모차까지 끌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한 블록쯤 간 후 여성은 소리를 질렀다. “중국으로 돌아가!”어리둥절해진 남성은 잠시 주춤하다 곧장 여성에게 달려가 따졌고, 일행에게 되돌아가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여성은 다시 소리 질렀다. “빌어먹을 네 나라로 돌아가.” 남성이 되받아 소리쳤다. “난 이 나라에서 태어났어!”이 땅에 아시아계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868년 미중 조약 이후였다. 미국정부의 장려 하에 중국인들이 대거 이주해 대륙횡단 철도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아시아계 이민의 물꼬가 트였다. 그리고는 한 세기 반 이 땅에서는 얼마나 많은 ‘네 나라로 ~ ’가 반복되었을까. 수많은 중국계, 일본계, 한국계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고, 하지만 참았고, 속으로 삭였다.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남성은 뉴욕타임스의 마이클 루오 기자였다. 그는 9일 뉴욕타임스 인터넷 판에 ‘우리 가족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한 여성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올렸다. 다음날 뉴욕타임스는 이 편지를 1면에 실었다. 그는 트위터 해시태그 ‘지금은 2016년’도 시작했다.

루오 기자는 중국계 이민 2세이다. 미국으로 유학 온 부모에게서 태어나 하버드를 졸업하고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는, 말 그대로 ‘모범 소수계’이다. 하지만 직업이 무엇이든, 아무리 성공하든 아시아계 대다수는 이 땅에서 외국인 같은 느낌, 소속되지 않은 느낌, 이방인 같은 느낌,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그는 썼다. 그 여성의 모욕은 아시아계의 이런 어정쩡한 느낌을 제대로 건드렸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편지와 해시태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영어 잘 한다’고 칭찬받고,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질문받고, ‘눈이 작아서 앞이 보이느냐’고 조롱받고, 느닷없이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위협받은 경험들을 아시안 2세들은 줄줄이 쏟아냈다. 한인 2세들도 적극 동참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는 두 가지 개념으로 이해된다. ‘황색 위험(Yellow Peril)’과 ‘모범 소수계(Model Minority)’- 애증이다. 예쁠 때는 예쁘고 미울 때는 미운 존재이다. 전자는 지독히 인종차별적 별칭. ‘아시아의 황색 야만인종이 침략해 기독교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는 서구의 오랜 두려움이 그 뿌리이다. 중국계와 일본계 이민이 활발해진 19세기 후반부터 ‘황색 위험’은 미국에서 이슈가 되곤 했다. 그 결과가 중국인 이민을 금지한 중국인 배척법(1882년), 아시아계의 이민을 거의 전면금지한 1924년 이민규제법 등이다. 2차 대전 때는 일본계가, 중국 공산당정부 수립 후에는 중국계가 ‘위험 황인종’으로 분류되었다.

‘모델 마이너리티’ 개념은 1960년대 중반 등장했다. 아시아계 특히 일본계는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며 순종적이어서 모범 소수계라는 칭찬이다. 단순히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일부 백인들이 인종차별 현실을 덮느라 이를 이용하곤 한다. 흑인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하면 곧잘 나오는 말이 “아시안들 봐라. 열심히 일하니 잘 살지 않는가. 사회 탓, 구조 탓 하지 말라”이다.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사회자인 흑인 크리스 락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적 농담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아시아계는 이제까지 사회문제에 침묵했다. 이 나라를 내 나라로 생각하며 사회정의 실현에 일조하려는 노력이 적었다. 1세 이민사회의 한계이기도 했다. 이제 2세들은 더 이상 입을 다물지 않을 태세다. 그래서 반갑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우리 2세들이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데서 벗어나 이 사회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junghkwon@koreatimes.com 

2016-10-15 (토) 미주한국일보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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