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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그래 왔듯이 어지러운 세상사엔 아랑곳 없이 세월은 흘러 가을이 깊어가오. 안녕하신지요? 언제부턴지 이렇게 평범한 인삿말을 건네기도 어색해져 버린 얄궂은 시절을 우린 살고 있소. 계절 탓인지 나는 요즘 이런 저런 생각에 이루는 밤이 부쩍 늘었소. 오래전 내가 알지도 하는 어느 영국인이 했던 말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소.

 

오래전 어느 영국인 기자가 그랬다고 들었소.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어린 시절 말을 처음 들었을 ,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 번째로 가난한 나라라는 말보다도 곱절 우리를 절망속으로 밀어넣었던 말이었소. 그래도 우리는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암울한 시절에도 민주주의를 배웠고, 목이 터져라 독재타도를 외치며 청춘을 보냈지요. 대학을 들어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리로 뛰쳐나가 독재타도를 외쳤고, 달을 넘기지 교실은 군인들에게 점령당하고 말았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학생활은 학기도 중단없이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입학 때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데모학점,  최루탄학점만으로 졸업학점을 채워야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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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암울했던 시절을 용케 이겨내고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쳐 87 어느날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민주화 성취했지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군부내 사조직이 해체되고 번씩 죄우를 오가며 정권이 교체되고...  이래 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시끄럽고 휘청거리면서도 용케 버티며 여기까지 왔지요. 누구나 무슨 말이든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있고,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마음대로 욕해도 되고 심지어 적국을 찬양하고 내통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 그래서 이젠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는 민주화된 나라라고 생각해 왔소. 민주주의사회란 원래 그렇게 시끄럽고 어수선해 보이는 법이니까. 어느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바로는 우리가 일본보다 민주화된 사회라고도 하고, 2차대전후 식민지에서 벗어난 나라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나라라는 소리도 들리고. 그래서, 나는 영국기자가 누구였는지가 궁금해졌었소.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요. “ 보시오. 기자양반! 당신이 틀렸소. 우린 이렇게 해냈소. 한국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란 당신이 몰랐던 거요.”라고. 내가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절망감은 어느새 뿌듯한 자부심으로 바뀌어 갔고, 그런 말을 해준 그가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했소. “예전에 어느 영국기자가 그런 말을 했었던 나라를 우리가 이렇게 바꿔놨노라 자랑할 있게 줘서 말이오.  

 

그런데그런데 말이요. K! 나는 요즘들어 자꾸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잠을 설치곤 하오. 아무래도 기자가 옳았던 같단 생각 말이요. 기자의 나라 영국에서도 최근에  브랙시트인지 뭔지로 나라가 어수선했었지요. 결국 국민투표까지해서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했다지요. 그런데,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직접 투표까지해서 결정해 사항을 가지고 영국법원은 다시 의회의 승인절차를 거쳐서 시행하라 판결을 최근에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뒷통수를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소. 대의민주주의, 절차의 중요성, 법치주의, 삼권분립 이런 말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면서 말이요. 그러면서 지금 어수선하게 돌아가는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았소.

 

K, 지금 대통령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어수선하니 외국에 나와 사는 나같은 사람도 답답하고 상한 물론이고, 혹시  누가 물어볼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오. 자세한 내용은 알지 하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대통령이 여러가지로 부분이 많은 분명해 보이오. 그런데, 무슨 못을 했건간에, 설사 대통령이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죄는 법으로 다스리는 우리가 배웠던 민주주의가 아니었던가요? 내가 변호사가 아니니 법을 잘은 모르지만, 우리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차별을 받지 아니한다.(11)”, “모든 국민은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받지 아니한다.(12)”,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12)”,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27)”, “대통령, 국무총리, ...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있다.(65)”,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 한다.(84)” … 이런 훌률한 우리의 헌법조문들은 지금 어디에서 낮잠을 자고 있나요? 

 

K! 국민에 의해 뽑힌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마저 적용받지 하는 헌법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 거지요? 많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몰아부치기만 하면, ‘적법한 절차에 의한 처벌’, ‘무죄추정의 원칙’,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불리한 진술 강요 금지’, … 이런 지극히 기본적인 권리마저 거리낌없이 신짝처럼 팽개치는 나라, 대통령의 인권도 하루 아침에 이렇게 짓밟아버리는 나라에서 일반국민의 인권이 보호받기를 바라는 거야말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자꾸 나를 괴롭혀 뱃속에 자꾸 알콜을 들이 붓게 되오.

 

K! 우리가 대학 다니던 시절 지적 허영심을 채우느라 잡고 들고 다니며 건성으로 읽었던 미셸 푸코를 기억하오? 하도 골치아픈 얘기들을 많이 써놓아서 기억에 남는 별로 없지만, 요즘들어 불쑥 떠올라 비수처럼 가슴을 파고 드는  마디가  있소. “진정한 해방은 권력으로부터 벗어난다고 되는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당신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났을 가능하다.”  말이 새삼 가슴을 파고 드는 지금 한국의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함성속에서 무시무시한 독재자의 분신들이 자꾸 어른거리기 때문이요. “모든 못이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무슨 증거가 필요해?”, “국정이 마비상태인데 한가하게 따지고 절차 밟을 시간이 어디 있어?”, ”당장 내려와!!!” 80년대초 암울했던 시절에 사람들을 어디론가 자꾸 끌고 가면서 했던 저들의 말과 어쩌면 그렇게 같은지 몸서리가 쳐지오. 독재의 망령은 비단 저 군중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소. 위정자들의 머릿속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었소.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그 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율' '자발' '강요'하며 국민들의 팔을 비틀었고, 지극히 비창조적이고 비혁신적인 방법으로 그들은 '창조' '혁신'을 꿈꾸고 있었소. 우리는 어느새 '개인'의 자유도 '집단'으로 누려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이 되어 있었소. 푸코의 말을 처음 들었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말이 저토록 무서운 말인 미처 몰랐었소. 저들이 심어놓은 몹쓸 생각들이 손오공의 몸에서 뽑혀나온 털들이 입김을 받아 수만마리 분신으로 태어나듯 수십 수백만의 작은 독재자가 되어 이렇게 끈질기게 우릴 따라다닐 줄은 미처 몰랐었소.

 

K! 아무래도 기자가 옳았던 같소. 슬프게도.


<칼럼니스트 나운택> 

http://blog.naver.com/damianrah 

The Columnist with Uncommon Common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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