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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해외관광지에 있는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은 무얼까? 누군가가 체계적으로 조사한 일은 없지만, 내가 지금껏 20여개국이상을 다녀본 경험을 바탕으로 짐작컨데 아마도 빨리! 빨리!” 아닐까 싶다. 내가 갔던 외국의 여러 관광지에서 외국인 종업원들이 우리일행이 들어섰을 가장 많이 말은 빨리! 빨리!”였다. 한국여행자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공통적으로 가장 자주 말이었기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으리라 짐작된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정신 사회전반에 걸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으로 수많은 해외건설현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공기단축의 신화를 남겼고, 한국경제가 최단기간 초고속 성장을 이룩하는데 몫을 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로는 졸속과 날림의 원인이 되어 성수대교,삼풍백화점붕괴와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요즘 소위 최순실게이트로 뒤숭숭한 시국에 국가최고지도자 운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빨리빨리정신 예외없이 발휘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6차촛불집회를 전후하여 실시한 대통령의 진퇴문제에 대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설문 답변자의 70.6% 여러 가지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질서있는 퇴진 거부하고 무조건 즉시 퇴진 찬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법에는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라도 법에 저촉되는 못을 저지르면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경우는 국가최고지도자라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워낙 중대한 못을 저질렀으니 따질 것도 없이 지체하지 말고 당장자리에서 내려 와야 한다는 것이다. 법에 정해 놓은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으니 빨리빨리알아서 그만 두라는 주문이다.

 

나라냐?” 요즘 애나 어른이나 하는 소리다. 맞는 말이다. 볼수록... 처음엔 어리석은 대통령 사람의 문제인 알았다. 다음엔 그를 둘러 청와대를 비롯한 일부 부도덕하고 무능한 공무원들의 문제인 알았다. 거기에 기생해서 단물을 빨아먹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문제인 알았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언론의 문제인 알았다.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가닥을 잡아 나가기는 커녕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국회가  문제인 알았다. 세계역사상 최단기간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국민들의 의식은 멀리 앞에 있는데 이를 쫓아가지 하는 제도와 몰지각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만의 문제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제 보니 모두가 허상에 불과했다. 검찰은 비리수사를 한다면서 수사를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피의자를 겁박할 목적으로 수사내용을 세상에 까발리고, 국회에서는 저들대로 따로 조사한다고 "특검법 만들고, 특검 조사가 시작도 되기 전에 "탄핵" 발의하고, 국민들은 법절차고 뭐고 필요 없고 그냥 당장 빨리그만 두라고 아우성치고, 언론들은 자극적이고 저질스런 내용을 까발리기 위해 조작과 왜곡을 서슴지 않으면서 저마다 검사. 판사가 되어 날마다 논고와 판결문을 쏟아 내놓고... 거기에 맞춰 나라가 마치 없는 좀비들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절망감을 느낀다. 바로 한국인의 화장기 지운  민낯이었던가 하고.


특검할 건데 검찰은 따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조사도 해보지 않고 무슨 근거로 탄핵을 하며, 이미 탄핵을 결정해 놓고 하러 특검조사를 하는지? 만약 탄핵을 의결한 나중에 특검 조사결과를 보니 탄핵을 만한 사안이 아닌 걸로 밝혀지면 도대체 어찌 건지? 대통령을 다시 제자리에 불러다 앉힐 건지?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보고 분하고 창피해서 나라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저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앞뒤 따져 겨를도 없이 우선 사형선고부터 내려 놓고, 사실관계는 나중에 확인하고, 재판절차는 천천히 밟자고 하는 제대로 나라냐?”. “국민이 나라 아니냐?”.

 

민주주의를 하자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이렇게 쉽게 팽개치는 국민은 민주시민의 권리를 말할 자격이 없다. 특정인의 행위가 아무리 악랄하고 못이더라도 밉다고 법절차를 생략하고 감정대로 처리한다면 이는 이미 민주주의이전에 문명사회가 아니다. 시위현장에서 각목을 휘두르고 돌맹이가 날아다니는 것만 폭력시위가 아니다. 때로는 말의 폭력이 폭력적일 수도 있다. 코에 물을 들이붓고 등을 인두로 지지는 것만 고문이 아니다. 대통령도 국민의 사람으로서 법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고문을 받지 않고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권리,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않을 권리,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될 권리이런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때때로 거추장스럽고, 답답하고, 느려터졌고,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제도이다. 싫어 일사불란하게, 효율적으로, 속전속결로, 시원하게 후다닥,  빨리 빨리 처리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우리 모두 너무나 알고 있다. 전두환식 독재를 하면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했고,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이니 국민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무조건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들 한다.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스스로 법위에 군림하며 법절차를 거추장스러워 하고 무시한다면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라 우중독재(愚衆獨裁)” 불과하다.

 

나는 대통령의 어리석음과 그로 인해 저지른 모든 못을 두둔하거나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어처구니 없고 분하고 창피하다. 한국인 모두가 부끄럽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대통령의 어리석음과 최순실일당의 비리보다 이를 처리해 가는 한국사회의 모습이 훨씬 부끄럽고 창피하다. 모든 불법과 비리는 당연히 법에 따라 응분의 댓가를 치뤄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당장 어리석고 무능한 대통령을 하루 빨리 끌어내리는 일보다 지금껏 온갖 희생과 우여곡절을 거쳐서 어렵게 이뤄 놓은 민주주의의 틀과 원칙 지켜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박대통령이 어떤 수모를 무릅쓰고라도 마지막으로 가지만 주고 떠났으면 좋겠다. 제발 우리나라 어느 법에도 없는 하야라는 탈법 불법 저지르는 선례를 남기지 말고 법이 정한 테두리안에서 최대한 빨리대통령직을 마무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칼럼니스트 나운택>

http://blog.naver.net/damianrah

The Columnist with Uncommon Common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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