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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8 04:10

이상한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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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축구경기를 때면 어린 시절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라 남몰래 얼굴을 붉히곤 한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쯤이었던 같다. 노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가니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나도 속에 들어가 신나게 공을 찼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다니며 공을 차는데 친구가 너는 공을 자꾸 쪽으로 차는 거냐?” 하면서 화를 냈다. 나는 내가 건지를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다. 사실 나는 처음으로 축구란 터였다. 텔레비전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축구경기를 구경해 적도 없었고, 학교에서 축구를 어떻게 하는 건지 경기방식이나 규칙을 배운 적도 없었다. 그러니 편이 명씩이어야 하는지는 고사하고, 공을 발로 몰고가서 상대편 골안으로 넣는 경기라는 기본적인 개념도 모른 공을 차고 있었던 거였다. 시골학교 운동장에 요즘같이 번듯한 축구골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골이라고 해야 그냥 운동장 흙바닥에 돌맹이 개를 적당한 거리로 벌려서 놓아둔 거였으니 나는 그런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공을 차고 있었다. 단순히 상대편으로부터 공을 빼앗아 우리편에게 전달하는 시합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그러니 공을 어디로 몰고가야 하는지 방향도 모른 그저 열심히 뛰어다니며 상대편에게 태클을 걸어서라도 공을 빼앗는데만 열중했던 거였다. 공이 나한테 넘어오면 상대편 골쪽으로 찼다가 우리편 골쪽으로도 찼다가 하니 친구들이 보기에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했겠는가? 지금도 때를 생각하면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최근 고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에 달해 있는 모습이다. 보수는 통상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지키자는 쪽으로 전통을 중시하고 급격한 변화를 싫어한다. 반면 진보는기존 정치·경제·사회 체제에 대항하면서 변혁을 통해 새롭게 바꾸려는 성향이나 태도를 말한다. 보수는 우파적이고, 진보는 좌파적이다. 보수는 늙수그레하고, 진보는 젊다. 보수는 자본가, 대기업, 기득권층 편이고, 진보는 노동자, 중소기업, 서민 편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것들이 대체적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보수와 진보의 이미지이다. 보수와 진보가 이런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원래 출발부터 어느 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탕에 서로 다른 세계관과 인생관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인생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심각한 고민없이 앞에서 열거한 겉모습들만 보고 자신이 누구 편인가 결정하는 차원에서 보수나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같다. 그렇게 자기편이 정해진 후로는 매사를 저들 우리라는 편가르기의 틀속에서 바라보며 자기편이 하는 일은 무조건 지지하고 상대편은 무조건 반대하는 행태를 보이곤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고 저들은 나쁜 놈들이란 틀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제대로 정의하자면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부터 로크, 자크 루소, 스트어트 밀등 여러 학자들의 학설을 바탕으로 국가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데서 출발해서 방대한 이론적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먹고 살기도 바쁜 마당에 이런 복잡한 이론을 공부하고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단순화시켜서 가지만 생각해 보면 된다.

 

우선 나는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살아 갈테니 제발 아무도 나에게 간섭하지 말고 나를 도와줄려고 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개인은 각자가 능력에 따라 살아가면 되고, 국가는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지만 국가의 역할을 너무 확대하지는 말아야 한다 쪽인가?  아니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살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사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으니 국가는 능력이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있어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도 골고루 살게 재분배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쪽인가


전자는 보수우파적 철학의 바탕이고 후자는 진보좌파적 생각이다. 물론 이는 상대적 개념이지 어느 선까지가 둘을 가르는 선이라는 절대적 기준이 있는 아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수도 없으며, 그저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 평등, 자유, 정의에 가까운 이념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힘들다. 보수우파라고 해서 보다 평등한 사회를 바라지 않을 리도 없고 진보좌파라고 해서 개인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마냥 찬성할  리도 없지 않겠는가? 같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면서 그저 방법에 대한 생각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도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철천지원수처럼 증오하며 싸우고 있다.  

 

지금 고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공을 차는 원래 목적도 모른 그저 상대편에게서 공을 빼앗는데만 열을 올렸던 예전의 모습이 떠올라 민망하고 딱하다


<에세이스트 나운택>  http://blog.naver.com/damianr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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