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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유감.jpg
                                                                                                                                                                    
우리는 흔히 중국에 살고 있는 우리동포들을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이나 언론매체들에서나  심지어 정부기관에서도 보통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다. 또 러시아에 살고 있는 동포들은 ‘고려인’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중국에 살고 있는 분들은 조선시대에 건너가서 살기 시작했고, 러시아에 사는 분들은고려시대에 건너 갔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현지인들이 부르는대로 우리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그렇게 따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왜 일본사람들이 부르는대로 ’조센징’이나 ‘간고꾸징’이라고 하지 않고, 미국이나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현지에서 불리는 대로 ‘코리안’이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유독 중국 동포들은 ‘조선족’이라 하고, 러시아 동포들은 ‘고려인’이라고 부르는 걸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즉, 무슨 특별한 의도나 이유는 없는 듯 하다. 정부당국이나 언론매체들에서 애초에 아무런 기본원칙이나 방침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편한대로 나오는대로 막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근래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의 지명이나 인명을 쓸 때 지나치게 현지발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유럽이나 미주의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한자 문화권이면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보다 밀접하게 얽혀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굳이 새삼스럽게 그렇게 현지발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중국 인명이나 지명의 경우에는 베이징, 샹하이, 덩샤오핑이 아니라 그냥 북경, 상해, 등소평으로 쓰는 게 더 실용적인 이득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옛날과 달리 워낙 인터넷등 매체들이 발달하다 보니 사람들이 상시로 영어나 기타 외국어로 된 자료들을 접하게 되고, 이 경우 지명이나 인명이 혼동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 경우에 겪는 불편은 현재 마구 써대고 있는 그 혀도 잘 돌아가지 않고 기억하기도 힘든 소위 “현지발음표기”에서 파생되는 혼란과 불편보다 훨씬 적다고 본다. 특히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쳐도 역사속의 인물들이나 지명들을 모두 현지발음식으로 고쳐 부른다면 그 혼란이 상당할 것이며,  그렇다고 현재와 과거의 지명과 인명을 다른 원칙을 적용해서 역사적 인물은 한국식 발음, 현재 인물은 현지발음으로 하는 것도 일관성이 없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요즘 신문에 나오는 중국관련기사들을 읽다보면 짧은 기사속에서도 일관성이 없이 이 두가지가 혼용되는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혼란과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냥 한자의 우리식 발음으로 부르는 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고 본다. 영어권에서는 로마를 ‘롬’이라 하고, 빠리를 ‘패리스’라 부르며, 모스크바를 그냥 ‘모스코우’라고 자기들식으로 편하게 부르고 있지 않은가? 

나중에 외무부 장관과 주미대사를 지내신 한승주 교수님께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내가 다니던 대학에 처음 부임하셔서 동양외교사를 강의했을 때의 일이다. 강의시간에 교수님께서 열심히 강의를 하는 중에 갑자기 한 학생이 벌떡 일어서더니, “교수님, 저는 더 이상 이 강의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중국의 지명들을 영어식(즉,현지 중국식) 으로 쓰시는 겁니까?  도저히 참고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고는 강의실문을 박차고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하여 있는데, 교수님께서 자기는 한국에서도 공부하고, 또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중국도시명은 한국식도 알고 중국현지발음도 아는데, 한국식으로 말한 다음에 일부러 중국식 발음도 꼬박 꼬박 말해 주는 이유는 국제적으로는 중국식 발음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것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지 미국식이 맞다는 사대주의적인 생각이나 또는 잘 난 체 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설명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모든 중국지명과 인명은 ‘샹하이, 마오쩌둥’이 아닌 ‘상해, 모택동’식의 한국식 한자발음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유독 민족을 강조하는 필자가 다녔던 대학에는 당시만 해도 이런 류의 국수주의적인 독립지사형 학생들이 꽤 많이 있어서 이런  ‘미국식’용어가 귀에 거슬렸던 것이다. 만약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서 강의중에 덩샤오핑을 등소평이라 하고 베이징을 북경이라 하면 오히려 ‘무식한 수구꼴통 교수’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조선족 명칭 문제는 중국 현지 인명이나 지명의 문제도 아니고, 현지에 살고 있는 우리 동족을 가리키는 말에 관한 문제이므로 더욱 우리식으로 바르게 불러야 한다고 본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사는 한인들은 현지인들이 자기들 입장에서 부르는 명칭을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따라 부를 것이 아니라 우리 입장에서  조선족은 ‘재중동포’, 고려인은 ‘재러시아 동포’라고 불러야 맞다고 본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들을 어느 미국 언론매체에서  현지인 즉, 한국인들이 하는대로 “Mikook Saram” 이라고 하겠는가?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을 칭할 때 우리는 보통 ‘동포’, ‘교포’,’교민’이라고도 하고, 정부기관에서는 간혹 ‘재외국민’이라고도 한다. 그 동안 이 용어에 관해서도 많은 논란들이 있어 왔는데, 내 생각에는 ‘재외 동포’가 가장 무난할 듯 하다. 교포나 교민이라 할때의 ‘교(僑)’는 ‘남의 집에 임시로 붙어서 삶’을 의미하므로 교포나 교민이라 하면 타국에서 임시가 아니라 영원히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는 명칭이 될 것이고, 재외국민은 우리 핏줄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한국국적이 아닌 사람에게는 부적절한 명칭이 될 것이다. 반면 ‘동포’(同胞)는 원래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의미하는 말이니까 현재의 국적에 상관없이 한 핏줄의 우리 종족을 모두 아울러서 부르는 용어로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한인들을 지칭할 때는 그 거주국에 따라 ‘재미동포’, ‘재일동포’,’재중동포’,’재러시아 동포’,’재캐나다 동포’…식으로 통일되고 일관성있게 불렀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산문가 나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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