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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득기.jpg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소통’이란 말이 심심찮게 사람들 입에 오르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아예 시대적 화두가 된 듯 하다.

소통이란 “서로간에 의견따위가 잘 이해되어 흐리터분한 점이나 오해가 없이 잘 통함” 또는 “막힘이 없이 서로 통함”을 말한다. 그런데, 각종 언론매체가 범람하고, 개인통신기기의 누부신 발달과 함께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같은 소통수단이 현란하게 난무하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소통이 안 된다고 아우성들일까? 직장인들의 80%가 대인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이직 사원의 65%가 소통이 안되는 분위기를 이직 사유로 꼽는다는 통계도 있다.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제일 큰 불만이 소통부재이다. 국민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말이 안통하네뜨’라는 별명까지 등장했겠는가? 

소통이 안 되는 사회는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사회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제일 답답한 것은 뮈니뭐니 해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가정에서도 부부간이나 부모와 자식간 또는 고부간 갈등은 거의 대부분 말이 통하지 않는데 그 원인이 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관계는 금이 가고 만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면서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강요하게 되어 결국은 서로 싸우고, 이혼을 하고, 가출을 하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이나 살인까지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와 말이 통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하고, 따른다. 어떤 직장이나 조직에서도 윗사람과 말이 통한다고 느끼면 비록 물질적인 보상이 적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따르고 죽을 힘을 다해 충성을 한다. 소통은 서로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내 얘기를 하기 전에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소통이 이뤄진다. 나만 옳다는 생각에 빠져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리 자기가 훌륭한 생각을 가졌더라도 원만한 소통은 이뤄지기 어렵다.

소통얘기를 하다 보니 예전에 어느 잡지에서 읽고 한바탕 웃었던 유머가 떠오른다. 최근에 친구가 카톡방에 다시 올린 걸 보다가 문득 지금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어 여기에 다시 인용하려고 한다.

<경상도 어느 학교 수업시간>

[안득기라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졸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불려나갔다]
선생:니 이름이 뭐꼬?
학생:안득깁니더.
선생:안 듣기? 니 이름이머냐꼬? 듣기제?
학생:예!
선생:이짜슥바라! 내...니 이름이 머냐꼬 안 물어밨나?
학생:안득깁니더.
선생:안드끼?
학생:예!
선생:그라모.니 성말고, 이름만 말해 보그라.
학생:득깁니더.
선생:그래! 드끼제? 그라모 인자 성하고 이름하고 다 대 보그라.
학생:안득깁니더.
선생:이 자슥바라.드낀다 캤다, 안 드낀다 캤다. 니 지금 내한테 장난치나?
학생:샘요, 그기 아인데예!
선생:아이기는 머가 아이라? 반장아, 니 퍼떡 몽디 가온나!

(껌을 몰래 씹고 있던 반장은 안 씹은 척 입을 다물고 나간다)

반장:샘예. 몽디 갖고 왔는데예 ~~~
선생:이 기 머꼬? 몽디 가오라카이 쇠파이프를 가왔나?
햐~요자슥바라,반장이라는 놈이 칭구를 직일라꼬 작정 했꾸마...
야~^^ 니 이반에 머꼬?
반장:예~~??  입안에...껌인데예~~
선생:머라꼬? 니가 이반에 껌이라꼬? 날씨도 더버서 미치겠는데, 뭐~이런 놈들이 다 있노? 지금 느그 둘이서 낼로 가꼬노나?...

그날~~~~~~
반장과 득기는 뒈지게 맞았다. 

얘기를 듣고 낄낄거리며 웃다가 문득 요즘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하여 씁쓰레한 뒷 맛을 남긴다.저 학생이 “안득깁니더.” 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와? 귀가 안 좋나?”라고 한 마디만 했어도, 또, “샘예, 그기 아인데예” 할 때, “그 기 아이면 뭐꼬?”하고 물어만 봤어도 두 학생은 ‘뒈지게 맞지’ 않았어도 됐을 테고, 선생님도 더운 날씨에 그토록 열을 받지 않았을 텐데, 상대방의 말은 건성으로 듣고 서로 자기 말만 계속 내뱉고 있는 모습이 꼭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세월호사고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던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가 급기야는 역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박대통령의 집무스타일을 보면 “퇴근 후에도 보고서들을 읽고 나라일을 걱정”할 만큼 열심히 일하느라 소통할 겨를이 없었던 듯 하다. 나는 그렇게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짜증스럽도록 답답하고 싫었었다. 

나는 누구든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가 될 사람은 부지런하기 보다는 약간은 게으르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두꺼운 보고서는 비서관들에게 던져 버리고, 저녁시간에는 장관들과 주요 정치인들을 한 사람씩 불러 느긋하게 한담이나 하면서 저녁을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 그런 후에는 새로 나온 신간들을 좀 읽다가 잠자리에 들었으면 좋겠다. 두툼한 보고서를 직접 꼼꼼히 검토하는 ‘부지런한 대통령’이 아니라, 보고서의 핵심만 비서관으로부터 받아서 그 걸 여야 주요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데 힘쓰는 ‘게으른 소통령(疏通領)’이 되었으면 좋겠다. 말이 안 통하는데 누가 지지를 하고 따르겠는가?  <산문가 나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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