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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존엄’이라는 우상

옥세철 / 논설위원

미주한국일보: 2014-12-29 (월)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총살을 한 뒤 화형에 처했다’ ‘그 시체를 개먹이로 내 주었다’- 온갖 그로테스크한 소문과 함께 전해진 장성택 숙청-처형 스토리를 말하는 거다.

조금 과장해 평양발 북한뉴스로 도배질하다시피 했다고 할까. 1년 전, 그러니까 2013년 12월께 미국의 언론 상황이다. 그 북한이 2014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또 다시 세계 언론의 총애를 받고 있다.

유엔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안보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집단아사에서, 즉결처형, 강간, 성노예화, 강제유산 등 온갖 반(反)인륜 범죄가 국가공권력에 의해 버젓이 자행된다. 그 책임을 물어 김정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안이 상정된 것이다.

그 와중에 김정은과 북한체제는 또 한 차례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할리웃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러니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전 세계의 이목이 소년독재자 김정은에 쏠릴 수밖에.

“12월17일이라는 날자는 북한체제에 있어 이정표와 같은 날이다.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사망했다. 그 3년 상이 끝나는 2014년 12월17일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는 북한의 공갈에 굴복했다. 그리고 이날은 집권 3년을 맞은 김정은이 처음으로 해외정책에 있어 주요 승리를 거둔 날이기도 하다.” 위클리스탠다드지의 보도다.

‘최고 존엄’이라고 하던가. 그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무차별 해킹을 당했다. 그 한차례 공격에 그만 할리웃은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 사실에 미국의 여론이 들끓으면서 나온 비난성 보도다.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연방수사국(FBI)이 소니사 해킹을 북한의 소행으로 공식발표한 이후부터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다. 미국의 기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정부차원에서의 보복을 천명했다. 이후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 북한관련 뉴스다.

그 보도들은 하나 같이 그렇다. 어이가 없다.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그런 흐름이다. 그 행간, 행간에는 분노감마저 묻어있다. “정부의 대응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민간세력이 먼저 응징에 나서야 한다.” 보수성향인 내셔널 리뷰지의 보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열한 체제가 미국에 테러공격 위협을 가해 왔다.” 진보성향의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이다.

보수와 진보가 모처럼 하나가 됐다. 정치인들의 발언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다. 그런 정황에서 뉴욕타임스는 또 이런 지적을 하고 나섰다. “1950년 김일성은 오산을 했다. 남한을 침공해도 미국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할아버지 김일성 흉내를 내고 있는 김정은도 같은 착각을 한 것 같다.”다른 말이 아니다. 미국은 사이버전면전을 불사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사다.

김정은 북한체제의 사이버공격, 그 사태 보도와 관련해 목격되는 것은 미국 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는 강경기류다. 뒤늦게 소니픽처스는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개봉했다. 그 개봉발표와 함께 이루어진 게 예매러시다. 흥행 성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왜. 설 건드렸다고 할까. 오히려 조장된 것은 미국인들의 애국심으로 보여서다.

왜 그토록 북한은 그 영화 ‘인터뷰’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나. 말 그대로 ‘최고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맹목성 강박증세 때문이다.

“수령절대주의 체제에서 수령은 곧 체제이고 모든 것이다. 그것이 그리고 김정은의 생각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령의 방탕한 사생활이 폭로되고 또 암살되는 그런 영화가 북한에 밀수입되는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결국 사이버테러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분석으로 뒤집어 말하면 김정은 체제는 개인숭배로만 겨우 유지되는 허약한 체제라는 것이다.

“…그 김정은 체제는 붕괴를 향해 가고 있는 체제다.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북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온 언론의 시선이 몰려 있다. 그런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북경 발로 보도한 내용이다.

일부 반체제지향 인사의 발언이 아니다. 중국 군부를 대변하다시피 하는 ‘태자당’ 출신 고위 현역 장성의 발언이다. ‘북한은, 특히 김정은의 북한체제는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담’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 뉴스들이 하나로 꿸 때 드러나는 밑그림은 무엇일까. ‘최고 존엄’이라는 우상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그 우상 앞에서 그리고 저마다 충성경쟁을 하는 거다. 그 일환으로 사이버테러에 나섰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강성기류에 오히려 부메랑을 맞은 게 집권 3년차의 김정은 체제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사방을 돌아보아야 막막하기만 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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