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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노년층, ‘빚’으로 물든 ‘황혼’

올해 68세인 김현식(가명/토론토)씨는 최근 계속됐던 무더위 속에서도 편의점에서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은퇴연령을 훌쩍 넘긴 고령으로 몸이 많이 고단하지만 휴가를 갖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매출이 악화된데다,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대출금 7만 달러에 대한 이자와 더불어 가족들을 부양할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 여기에 최근 이자율마저 오르기 시작,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처한 김씨는 사업체를 접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했지만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달리 생활비와 늘어나는 이자를 해결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은 현실에 마음을 다시 잡았다.

운영할 사업체를 보유한 김씨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노인연금(OAS) 및 최저보장 소득보조금(GIS) 등 정부연금으로 노인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60대의 정기식(가명/스카보로)씨는 치과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의료보험(OHIP)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야말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 근근하게 버티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별다른 보유자산이 없는 정씨는 이전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았던 대출금 및 신용카드는 한도까지 모두 소진한 상태로, 적은 연금수령액에서 불어나는 이자액까지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정부가 연금수준을 축소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정씨는 앞으로 어떻게 생활비를 더 줄여야 하는지 막막하다.

석양노을의 빛처럼 아름답게 물들어야 할 동포들의 노년에 ‘빚’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상담사 A씨는 “경기침체로 인해 적지 않은 동포시니어들이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노년층의 은퇴생활) 수준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채를 갚을) 충분한 보유자산이 없는 노년층이 빚을 지는 경우 가장 문제점은 은퇴시기를 맞거나 은퇴연령을 초과한 이들이 노동력을 활용한 수입원을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라며 “특히 이 시기에는 질병의 증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기준이율 인상에 따른 시중은행의 모기지 및 기타 부채에 대한 이자율 상승은 가뜩이나 힘이 부치는 동포 노년층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조명은(가명/토론토)씨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늘어난 부채를 낮은 저리에 신규부채로 통합하여 이를 갚아나가고 있었는데 (최근 이자율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재정컨설턴트 A씨는 “초 저금리 상황에서 적지 않은 동포시니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리한 빚을 진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시니어들이 이자를 지불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 비단 동포노년층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일단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내인들의 60%에 육박하는 수치가 빚을 안은 채로 은퇴를 맞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체인구대비 훨씬 높은 숫자의 시니어들이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이 늘어나는 은퇴후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갈수록 많은 시니어들이 은퇴 이후에도 직장생활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직장을 갖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봉기술이 있는 60대 후반의 서행자(가명/토론토)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지난 몇 년간 한인업체에 취업, 늘어나는 이자비용과 부족한 생활비를 어느 정도 메우며 근근이 유지해 왔으나 한인경제의 침체의 늪이 깊어지면서 최근에는 이마저도 갈수록 구하기 힘들어졌다. 노구를 받아줄 또 다른 업체를 수소문하고 있다는 서씨는 “(모두가) 꿈꾸는 안락한 (은퇴) 생활은 그저 그림의 떡”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노년의 어려움을 피하거나 적절하게 대비하기 위한 동포들의 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정상담사 A는 “주변에 노년기의 빚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포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기지 상환기간을 줄이거나 신용카드 빛을 청산하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 전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은퇴계획을 미리 세우는 준비성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출처: 토론토 중앙일보 (2013.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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